무니코틴 표기 신뢰선, 유사니코틴 단속이 바꿔놓은 기준

편의점 매대에 나란히 놓인 두 종류의 ‘무니코틴’

편의점 카운터 뒤 작은 진열대를 보면 ‘0mg’, ‘무니코틴’을 내건 액상형 전자담배가 종류별로 놓여 있다. 같은 라벨인데 가격대도, 성분 공개 수준도 제각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무니코틴 표기 시중 제품 12개를 조사한 결과, 그중 7개에서 실제 니코틴이 검출됐다. 단속 강화 소식과 함께 다시 회자되는 이 숫자는 한 가지를 말한다. ‘무니코틴’이라는 단어 자체는 더 이상 품질 보증이 아니다.

합성니코틴 다음 수순은 ‘유사니코틴’

정부는 합성니코틴을 담배 규제 대상에 포함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화학구조만 살짝 비튼 유사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평가에 본격 착수했다(관련 보도). 동시에 무니코틴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니코틴이 검출되는 제품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사실 이 흐름은 예측 가능했다. 합성니코틴 계도기간이 종료되자 시장은 규제망 한 칸 밖에 있는 유사니코틴으로 옮겨갔다는 업계 분석이 이미 나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유사품이 우후죽순 늘었다는 소비자 리포트도 같은 신호를 가리킨다. 라벨이 규제를 앞지르는 풍선효과다.

라벨이 아니라 ‘성분 공개’를 보는 시대

이번 단속의 핵심은 표기가 아니라 실제 성분이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도 따라 바뀐다. 카트리지 단위 정량 표기, 니코틴·메틸니코틴·유사니코틴 0% 명시, 충전 방식과 액상 베이스 공개 — 이 정도가 최소선이다. 예컨대 카트리지 교체형으로 운영되는 레딜 제로는 무니코틴·무타르·무메틸니코틴을 함께 명시하고, 14ml 카트리지·580mAh 배터리·C타입 충전 같은 사양을 그대로 공개한다. 표기 신뢰의 출발점은 결국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었는가’다. 같은 맥락에서 0mg 라벨을 어디까지 보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계도기간 종료 이후 라벨의 의미를 짚은 이전 칼럼도 같은 결론에 닿는다.

규제는 라벨을 따라가지 못한다, 사용자가 한 발 빨라야 한다

규제는 늘 시장보다 한 박자 늦다. 유사니코틴 평가가 마무리되더라도, 그 사이 새로운 변형 성분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사이클을 멈추는 건 두 가지다. 정부의 사후 검출 단속, 그리고 소비자가 라벨 한 줄이 아니라 성분표 전체를 보는 습관. 매대에 같은 ‘0mg’이 놓여 있더라도 어느 것이 검증 가능한 제품인지 가르는 안목이, 이번 단속 이후 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